“딸아이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발 고쳐주세요.”
올해 5월 라오스 북부 우돔싸이를 방문한 한국 의료봉사단에 아버지와 시력 장애를 가진 딸이 찾아왔다. 차흥원 의료봉사단장(안과)은 뇌종양으로 인한 시력 손상으로 판단하고, 의료봉사단에 함께 참여한 신경외과 나영신 교수에게 연락했다. 수술을 해야 소녀를 치료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치료를 위해서는 한국으로 소녀를 데려가야 했다. 라오스 소녀 염탈란 마니원(여, 19세)과 우리 병원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염탈란 마니원은 푸키아오 마을에 살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작년 8월 갑작스러운 두통과 고열이 찾아온 후 시력이 점점 나빠졌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마호솟 주립병원에서 뇌종양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은 불가능했다.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그때까지 들었던 돈만 8천 불. 다른 나라에 가 수술을 받는 것은 꿈꿀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차에 한국의료봉사단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염탈란 마니원의 뇌종양은 전두엽에 위치한 신경교종으로 양성이었지만, 종양의 크기가 가로 6.5cm, 세로 4.5cm로 컸다. 종양을 계속 방치해둘 경우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었다. 수술은 8월 26일 성공적으로 끝났다.물론 수술 등 치료에 든 비용은 모두 우리 병원이 지원했다.
나영신 교수는 “라오스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는 가난과 빈곤,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뇌종양 등 중증질환을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 양성 뇌종양의 경우 수술로 제거하면 완치율이 60~70%일 정도로 치료 결과가 좋은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수술 후 병실에서 만난 염탈란 마니원은 “열심히 공부해서 저처럼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서울아산병원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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